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자리일까, 주거 지원일까.
한사람재단에서 경제·금융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은 교수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결국 좋은 삶이란 좋은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삶이거든요.”
그래서 김 교수가 운영하는 경제·금융 멘토링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경제 교육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이나 투자 기술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핵심에는 자기 이해와 삶의 방향을 설계하는 힘, 즉 스스로를 이해하고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놓여 있다. 돈을 다루는 능력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그의 교육 철학이다.
김 교수와 한사람재단의 인연은 김태현 재단 이사장과의 오래된 학부모 관계에서 시작됐다. 자녀를 같은 대안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로 교류하다 재단 설립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한사람재단의 프로그램 출발점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비롯되었기에 할 수 있는 일에 동참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삶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제 아이도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할 순간이 올 텐데, 그때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죠.” 그의 오랜 투자 스터디 경험과 투자 멘토 활동을 통해 축적한 실전 지식이 교육의 토대가 됐다.
특히 그는 강의의 중심을 ‘경제 지식’보다 ‘자기 이해’에 두었다. “소비도 투자도 결국 자기 이해예요. 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거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으면 돈을 충동적으로 쓰게 되죠. 투자도 마찬가지예요. 돈을 대하는 자신을 모르고 투자를 시작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에 따라 투자 방식도 돈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소비와 투자는 모두 ‘나를 아는 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자기 이해가 충분히 자리 잡혀 있어야 경제적으로도 차근차근 자산을 쌓아갈 수 있어요. 자신을 모른 채 살아가면 인생 곳곳에서 누수가 너무 많아집니다.”
이 때문에 그의 강의에는 재무 설계뿐 아니라 감정 관리, 대인관계, 삶의 태도에 대한 조언이 포함된다. 이러한 기초 교육 이후에는 실제 기업 분석과 투자 이해 교육이 이어졌다. 현재 프로그램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과정들이 첨삭되며 생활 밀착형 금융을 통합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교수가 애초에 경제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오랜 시간 대학에서 컴퓨터를 가르친 교수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 왔고, 그 과정에서 ‘돈’이라는 영역과는 비교적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러다 50대를 앞두고 퇴직을 결정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저는 원래 새로운 걸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컴퓨터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잖아요.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어요.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따라가야 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었던 경험이 이후 투자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 교수가 ‘투자’의 세계로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선대인 경제연구소의 투자 스터디에 들어가 1년간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아 부었다. “전공자들이 들인 시간만큼 내가 쓰지 않으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덕분에 투자자로 좋은 성과를 냈으며, 지금은 개인 투자자로 활동하는 동시에 여러 모임에서 투자 멘토이자 선생님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가 청년들에게 투자를 가르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는 월급만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좋은 학교를 나오면 취직이 어느 정도 보장됐지만, 지금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래서 자산이 일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노동 구조 변화 속에서 경제 이해는 생존 역량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말미,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잖아요.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한 사람의 삶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가족의 삶까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강의를 할 때 눈앞의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사람 뒤에 있을 가족과 미래까지 보면서 강의합니다. 좋은 선택들로 시간을 채우게 되면, 그게 빛나는 인생이 된다고 봅니다.”
김 교수의 강의는 돈을 가르치는 교육이라기보다, 삶을 선택하는 방법을 전하는 과정이었다.
글 김아리 한겨레신문 객원기자